슬픈 기쁜 생일

4
이 꿈에서 저 꿈으로
마음은 옷을 벗고
늙은 살 늙은 말(馬)
아아 병이 올 것 같아
기어갈 힘이 없어
따뜻한 무덤 속에 들어가
감기가 들면 감기약을 먹고
누군가 죽으면 부의금을 내리라

5
아무도 없다
누구나 가 버린다
그리고 참으로 알 수 없는 날에 나는
또 다시 치명적인 사랑을 시작하고,
가리라
저 앞 허공에 빛나는 칼날
내 눈물의 단두대를 향하여
아픔이 아픔을 몰아내고
죽음으로 죽음을 벨 때까지
마침내 뿜어오르는 내 피가
너희의 잔에 행복한 포도주로 넘치고
그때 보아라 세상의 어머니 아버지여
내가 내 뿌리로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것을
나의 불모가 너희의 영원한 풍요가 되는 것을
그리고 마음껏 기쁘게 마셔라
오늘의 나의 피, 내일의 너희의 포도주를

기침을 하며 최승자를 읽는다. 기침을 할 때마다 단전에서부터 양 어깨까지 가슴팍 전체가 아프다. 겨우 몇 행을 읽고 나면 벌어진 생살을 굵은 소금으로 절인 뒤 쥐어짜는 것 같은 기침이 난다. 마음으로 견디지 못하는 것들은 몸으로 견뎌야 하는 법인데, 밑천인 몸을 너무 번 놓고 말았다. 며칠 아프면서 내 몸부터 사랑하자고 그러면서 살자고 내내 벼기면서도 내 몸을 사랑하자는 게 퍽 설다.

기침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나갔다. 동생 부탁으로 편의점에 들러 담배 한 갑 달라는데 점원이 “신분증 보여 주세요.”라고 말한다. 마스크를 내렸다. 점원이 “죄송합니다.”란다. 덩달아 나도 “제가 죄송해요.”라고 말한다. 아씨 죄송할 게 뭐람.

7 thoughts on “슬픈 기쁜 생일

  1. 보아하니 얼마전이 생일이었나 보네…
    무심한 이놈은 그것도 모르고 이제야 쪽지를 보낸다.
    그 동안 연락이 너무 뜸했지.-.-
    사는게 힘들어서리&바빠서리………
    그래도 항상 마음은 너희들에게 있다.
    항상 건강하고 친구들에게도 안부 부탁한다.

  2. 빰빠라밤 오빠 생일 추카해요
    어서 건강해지셔요!!!
    코멘트의 구름버튼은 참으로 감찍한데요
    흐흐흐

  3. 부깽 생일이었어요? 그럼 우리집 전뚱이 딱 6일 빠르네. 생일축하하구요, 참 저도 독감걸려서 이번주 내내 학교도 못나가고 집에만 처박혀있었어요. 열이 엄청 심한지, 참 기침할때 그 기분 잘알지요, 오늘 젤 심했는데, 이건 기침 안해도 누웠다가 일어나려는데도 뼈마디들이 다 아픈거 있죠. 이빨닦는데도 힘들어서 몇번 쉬어가면서 해요..ㅠㅠ;

    1. 왔네 고마워요~ 뭐시냐 이제 좀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몸부터 아껴야 해요 ^^ 아 cd도착했어요 고마워요~ 생일 즈음에 와서 꼭 생일 선물처럼 됐네. 내가 보낸 카드랑 수첩은 받았어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