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팔아요

쪽글이나 메일(antimine.kr골벵이gmail.com) 주세요, 직거래가 좋고요, 부득이하게 택배로 한다면 비용을 부담하셔야 해요. 꼭 필요한 책인데 가난하면 그냥 드려요, 책 상태라던가 번역 문제나 내용 등등을 질문하시면 성실히 답할게요. 언제나처럼 오셔서 직접 사시는 분들에게는 맛난 커피를 대접해 드려요.
빨간색은 팔린 책이에요.
롤랑 바르뜨(Roland Barthes) 원서
Essais critiques / seuil – 500원 / 책등이 매우 낡았어요.
Le plaisir du texte / seuil의 points시리즈 입니다. 문고판이에요. – 500원
Sur Racine / seuil(points) – 500원
Lec,on / seuil(points) – 500원
S/Z / seuil(points) – 500원
생산의 거울 / 쟝 보드리야르(배영달 옮김) / 백의 – 1,000원
문학 속의 언어학 / 로만 야콥슨 / 문학과지성사 / 3,000원
현상학과 예술 / 메를로 퐁티 / 서광사 / 2,000원
예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 / 칸딘스키 / 열화당 /1,000원
영화 기호학 / 유리 로트만 / 민음사 / 1,500원
스타인버그 / 김호인 엮음 / 열화당 / 1,000원
오래된 미래(개정판) /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 녹색평론사 / 2,000원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루벤스를 만나다 / 곽차섭 / 푸른역사 – 군데 밑줄 있어요. – 1,500원
첫 번째 희생자 (상/하) 제임스 패터슨 / 황금가지 – 밀리언셀러 클럽 – 4,000원
시공 그리폰북스 1기 – 시공 SF총서예요.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어요. 🙂
파괴된 사나이 / 알프레드 베스터 / 강수백(김상훈 옮김) – 1,500원
내 이름은 콘라드 / 로저 젤라즈니 / 강수백 옮김 – 1,500원
타임 패트롤 / 폴 앤더슨 / 강수백 옮김 – 1,500원

우주의 전사(스타쉽 트루퍼스) / 로버트 A. 하인라인 / 강수백 옮김 – 1,500원
어둠의 왼손 / 어슐러 K 르귄 / 서정록 옮김 – 1,500원
매는 하늘에서만 빛난다 / 어술러 K 르귄(강혜숙 옮김) / 동서문화사 – 500원
아투안의 지하무덤 / 어술러 K 르귄(이종인 윤소영 옮김) / 웅진출판 – 1,000원

화씨 451 / 레이 브래드버리(강창래 옮김) / 성무 -1,000원
사랑의 법칙 / 라우라 애스키벨(권미선 옮김)/ 민음사 – cd가 있긴 한데, 한곡이 튀네요. – 2,500원
브이 (상/하) / 토머스 핀천 (김상구 옮김) / 학원사 – 3,000원
어둠의 속 / 조셉 콘라드 (라영균 옮김) / 자유교양사 – 500원
여로의 끝 / 존 바드(서숙 옮김) / 을유문화사 – 500원
사람의 아들 / 로아 바스또스 (남진희 옮김) / 동숭동 – 1,500원

적군/PFLP: 세계전쟁선언

image

   적군/PFLP: 세계전쟁선언
   Red army/PFLP: Declaration of World War
   赤軍-PFLP 世界戦争宣言

   아다치 마사오 足立正生
   와카마츠 코지 若松孝二
   1971 | 16mm  | 71min  | 일본

영화와 혁명 특별전을 통해 ‘적군/PFLP – 세계전쟁선언’을 봤다. 영화라기보다는 프로파간다였지만 간혹 문자로만 접하던 적군파의 활동을 영상으로 본다는 것은 퍽 흥미진진한 일이다. 게다가 국보법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는 남한 땅에서 이런 ‘적군파’를 공개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니, 여러모로 재미난 일이랄 밖에.

69년 일본의 도쿄대와 일본대를 중심으로 했던 전공투 운동이 경찰력에 의해 봉쇄당하면서 무장봉기와 군사적 행동으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이들이 나타났는데 그들이 바로 적군파이다. 제목에서와같이 적군파의 슬로건은 세계전쟁선언이다. 그들은 이전의 활동을 혁명적 패배주의로 간주하고 전단계 무장봉기 – 세계 혁명전쟁, 세계 黨 – 세계 적군 – 세계 혁명 전선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내건다. 영화 초반에 보이는 대로 적군파는 창설 직후 對 권력투쟁으로서 파출소 습격, 무기 탈취, 69년 10월 국제 반전 시위에서는 쇠 파이프 폭탄으로 신주쿠 역을 습격하는 등 무력시위를 감행한다. 그러나 11월 수상관저 습격을 목적으로 군사훈련을 하던 중 경찰 측에 알려져 53명이 체포되며 큰 타격을 입는다. 이 사건으로 궤멸 직전까지 갔던 적군파는 이후 도쿄 집회를 통해 ‘국제 근거지 건설, 70년 전단계 봉기 관철’을 계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데 그중 하나가 ‘불사조 작전’이라고 불렸던 일본 항공기 요드호 납치 사건이다.

image

70년 3월 31일 9명의 적군파 멤버는 후지 산 상공을 날고 있던 일본 항공 보잉 727기를 납치 북한행을 요구한다. 그 비행기에는 7명의 승무원과 131명이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급유를 요구하며 후쿠오카 공항에 착륙했던 요도호는 환자와 여성, 어린이들 23명을 내려놓은 후 북한을 향해 비행한다. 그런데 wikipedia를 보니 이들이 도착한 곳은 김포공항이다. 처음엔 뭔가 잘못 적혔나 싶어서 먼지 쌓인 책을 뒤져보니 할리우드 영화 같은 상황이 전개됐던 것이다. 요도호는 후쿠오카 공항을 이륙해서 북한으로 가는 중에 남한공군기에 유도되어 김포공항에 착륙한다. 적군파가 마음을 바꿔서 당시 자유민주주의 개발독재 다카키 마사오의 나라에 온 것은 아니고 남한 측이 북한인 척 위장했던 것이다. 남한은 북한군 복장을 하고 가짜 환영 플래카드를 들고 나타났건만 적군파가 이를 알아차리고 대치 상태에 들어간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키득거리면 죄스럽지만, 환영플래카드가 펄럭이고 북한군인 척 행세를 했던 남한군들을 생각하면 좀처럼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ㅋㅋ) 남한 측과의 협상을 결렬되고, 4월 1일 도쿄에서 날아온 야마무라 일본 운수차관이 적군파와 교섭을 재개한다. 기내투쟁을 벌이던 적군파 9명은 야마무라의 인질 맞교환 제안을 수용, 야마무라와 승무원 3명을 제외한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4월 3일 오후 평양으로 향한다. 평양에 도착한 직후 요도호는 다시 야마무라 차관과 승무원 3명을 태우고 4일 하네다 공항에 무사히 귀환한다.

무사히 귀환? 그렇다면, 영화에서 폭발한 비행기는 어떤 것이었을까? 이후 적군파가 또다시 하이재킹을 시도한 것은 73년 7월 20일 마루오카와 팔레스타인 4명이 파리 발 하네다 행 일본 항공 점보 404기를 납치한 것이다. 이들은 ‘일본과 팔레스타인 혁명을 결합하는 세계 혁명전쟁’이라 부르며 3일간에 걸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공항, 다마스커스 공항 등을 거쳐 리비아의 벵가지 공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인질 141명을 풀어주고 항공기를 폭파한다. 영화는 71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리되면 또 아귀가 맞질 않는다. 누가 알려다오, 더는 엄한 나라말들 찾아다니기 지친다.

세계전쟁선언

영화는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모택동의 사상을 그대로 승계하며 무장봉기와 하이재킹을 선동하고 있다. 중간부터는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PFLP)의 활동(혁명에서 ‘개인’은 반동일 뿐이다. 그들의 일상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날마다 총검술을 한다거나 총구분해 조립 등등의 반복이다.)을 주로 보여주는데, 감독 중 아다치 마사오는 74년 PFLP에 직접 투신 영화처럼 살았단다.(또 다른 감독 와카마츠 코지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면 여기를). 인터내셔널가가 3번 울린 것을 제외하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반시오니즘 반제국주의 반미 등등으로 덧칠한 비행기를 폭파하는 영상인데, 대체 그게 어떤 사건이었는지 갈피를 못 잡겠다.

이제는 빛바랜 혁명전사들인데, 그게 또 불편하기도 했는데, 하이텍알씨디 고공농성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를 보면 적군파처럼 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단 말이지. ‘Coup pour Coup! 주먹에는 주먹!’

아줌마 지구를 지켜라

부안에 다녀왔다. 영화제가 목적이었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노느라 영화는 딴전이다. 부안성당 한편에서는 천연 염색을 직접 할 수 있도록 준비가 됐는데, 티셔츠를 하나 사서 황토 염색을 했다. 숯 염색보다 좀 더 간편하다는 이유로 황토 염색을 한 건데 지금 다 말려서 널려 있는 옷을 보면 아주 잘했지 싶다. 색이 곱게 잘 뱄다. 세 번 정도 염색을 해야지 좋다고 했는데, 시간에 쫓겨서 겨우 두 번을 하고 말았지만 그래도 빛깔이 사늑하다. 같이 염색하시던 분께서 남편 발 냄새가 너무 심해 양말에 황토 염색을 해봤는데, 삼일을 신어도 구린내가 안 난다며 황토 염색을 자랑한다. 정말 삼일을 신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
성당에서는 한창 영화를 상영하고 있었지만, 염색을 마치고는 부랴부랴 부안터미널로 나가서 내소사 가는 버스에 오른다. 조금 달리니 창문으로 소똥냄새가 살살하고 염전 밭을 지날 때는 짠내가 코끝에서 배틀하는 게 어린 날처럼 마냥 들뜨고 있다. 멀리 빨간 등대가 보이는데 그 위로 낮 달이 일찍부터 해를 민다. 창 반대편으로 논밭을 물끄러미 보며 손을 창밖으로 내민다. 저기 아직 해바란 푸른 벼처럼 흔들렸으면 싶었다. 바람이 거기서부터 손끝을 간질이고 햇빛을 흔들며 지난다. 햇빛을 한 움큼 쥐었고 손이 잠깐 반짝인다.
내소사는 연휴의 중간이라 사람들이 퍽 붐비는데 입구에 들어서니 그 많은 사람을 다 가리는 잣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길을 만든다. 거기를 걷는 누구 할 것 없이, 나무가 만든 그늘은 모든 그림자를 한데 어우른다. 사람과 달리 나무들은 저마다 거리를 두고 섰다. 서로 그늘에 두지 않으면서도 조화롭다. ‘그리운 것들이 멀리 흩어져 있다’고 했나, 아닌가 ‘여기선 모든 게 가깝다’고 했나 보다. 가까스로 떠올려 보지만 잣나무 아래에선 그리움도 잠시 쉬어가라 일러야 한다. 직소폭포가 있는 등산로를 탈까 했는데, 크게 여유가 없었던지라 내소사만을 찬찬히 걷는다. 연못 구석에 활짝 핀 연꽃은 해거름처럼 주위를 물들이고 불당에서 오는 향내는 연꽃가지를 두르고 있다.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 풍경보다는 거기에 빠진 사람들을, 그들의 뒷모습을 내내 안쫑잡았으면 했다. 그렇게 평화로운 등의 곡선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디서는 내 선도 그렇게 가만히 풍경으로 설 수 있을까.
밤에는 계화도에서 갯벌 상영회가 있었다. 전날 무대를 설치하고 나서 바닷물이 달빛에 흔들리는 사진을 봤는데, 아름다워서 영화보다는 무대 자체가 무척 궁금했다. 직접 보니 머물길 참 잘했지 싶다. 영화를 보는 중에 물이 들어와서 무대를 데불고 찰랑댄다. 바위에 앉아서 바다 위에 떠 있는 상영관을 보는 것만으로 먼 길의 피곤함이 가신다. 상영 중에 신발을 벗고 갯벌을 걷는다. 밤은 적막한데 바다는 보다 멀리까지 고요하다. 무대의 빛이 멀찍이 야울거릴 때 무르팍까지 물이 찼다. 발바닥을 살갑게 맞는 갯벌 위에서 바다에 손을 담갔다. 바라보는 내 손끝이 암암했고, 고개를 드니 멀리 이쪽을 보고 선 사람이 어름거린다. 천천히 다가온다. 달래다. 오길 잘했지? 응. 친구들과 어우렁더우렁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반딧불을 봤다. 계화도 밤이 깊다.
____________
티셔츠 얘기를 했는데, 푸핫 입어보니 작네요, 쫄티처럼 돼버렸어요, L사이즈를 샀건만 염색하고 말리는 과정에서 줄었나 봐요, 색깔은 살굿빛으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데 작다니.
느림씨가 모기에 50군데 정도 물렸다고 주의를 줬건만 저는 거짓말 안 하고 500군데는 물린 것 같아요, 모기에 물린 게 아니라 무슨 피부병에 걸려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답니다. 그리고 어찌나 가려운지 빼빠로 몸을 죄다 문 데고 싶은 심정입니다. 한 번 긁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하루 이틀 지나면 가려운 게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놈의 모기들은 염치도 없지.
그나저나 아줌마 지구를 지키라고 했건만 영화는 통 보질 않아서 말이죠. 🙂

I never will give up!

토요일 다급한 전화가 있었다. 크리스티앙이 인천공항 보호소로 넘어갔고 곧 출국 당하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주노조가 그의 단식 보도 자료를 프레시안에 냈을 때, 법무부에서 즉각적으로 그런 일이 없다고 대응한 뒤 바로 일어난 일이었다. 인천보호소로 몇몇 동지들이 확인을 했지만 출국했다는 답변만을 들은 게 다였다. 오늘이 돼야지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공감의 변호사들과 이주인권연대, 설동훈 교수 등등으로 이뤄진 ‘보호소 인권 실태 조사팀’이 내놓은 보호소 내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전국의 모든 보호소가 어쩜 하나같이 불결하고 좁고, 운동을 할 수 없고,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을 뿐더러 그런 상황은 출입국 직원들의 태도에 고스란히 전이돼있다. 다시 얘기하지만 인천보호소에 있는 여성들의 경우 3개월 넘게 생리대를 지급받지 못했던 사실, 여성 보호자들에게는 여성 직원이 붙어야 한다는 출입국의 그 마저의 규정마저 무시한 채 여성 직원이 하나도 없었다는 사실, 단 한 번도 옷을 갈아입을 수 없었다는 사실, 출입국 공무원들과 공익들의 반말과 막말, 면회시간을 지들 멋대로 조정하는 것 등등, 이것들은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보호소 내의 인권 실태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그것에 대항에 크리스티앙은 단식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오늘 크리스티앙의 글이 이주노조 게시판과 그의 블로그에 올랐다. 그는 독일로 돌아갔고, 모든 것을 남겨둔 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추방당했다. 그간의 정황을 설명했고, 투쟁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 명이 추방당하면 10명이 그 투쟁을 이을 테고, 더 많은 동지들이 그의 싸움을 맞잡고 갈 것이다. 여기서도 그곳에서도 어디에서도 포기 하지 않을 것이다.
Christian! Niemals Aufgeben!
image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신촌의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교실에 가만히 앉아 있다. 언제나 구석진 자리에서, 풍경처럼만 자리한다. 조리개 값 1.2, 중앙에 초점을 맞춘 사진에서 맨 구석 희미하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반 친구들에게 어쩌다 하고 싶은 말들은 혀끝을 맴돌다 이내 수그러든다. 말이 적은 편이었냐고? 말은 끊이질 않는다. 다만 소리가 되지 않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다. 명동에서 어렵게 더빙해온 일본 판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국어 선생이 신촌 한 여관에 술이 떡이 되어 들어가는 모습도. 크리스탈 백화점 앞에서 눈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말도 혼자서만 앙잘거릴 뿐이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싶었지만 모든 게 안 해도 될 말이다. 결국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졸업을 한다.
아무 말이나 하고 싶었다. 그냥 수다를 떨고 싶었다. 필요 없는 말이면 어떠냐고, 그 말에서 다른 마음이 생길 줄 아느냐고, 그렇게 마음이 생기면 또 말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렇게 이어가고 싶었다. ‘중요한 게 아니잖아?’ 라고 어디선가 들려오곤 했다. ‘응, 중요하지 않아’ 하고는 입을 닫았다. 그렇게 쓸데없다고 믿었던 말들은 성대를 울리지 못했고, 말들이 잊혀 졌고, 기억이 잊히고, 마음을 잃었다.
김종삼김민정의 시를 번갈아 읽는다. 김종삼의 시는 소리가 없다.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올 것도 같았지만, 피아노 반주도 변사도 없는 무성영화처럼 펼쳐진다. 그래도 말은 그림이 된다. 김민정의 시는 끊임없이 조잘대는 말들이 좀처럼 여백을 만들어 내지 않고 있다. 그의 수다는 북적이는 선술집의 성가신 소음이 아니라 주변적인 것들에 무게를 두고 반짝이고 있다. 뻥긋하는 금붕어라니, 천만에 ‘반짝거리는 수다’이다. 이런 수다!
좀처럼 우아하지 않게 그러면서 말하기 거북했던 것들을, 쓸데없다고 믿던 것들을 아무렇게나 혹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토해내고 있다. 옆자리의 통화를 엿듣는 모양새로 그의 시를 읽고 있자면 아니꼽살스럽다는 듯이, 말들은 확성기를 들이댄 야채장수처럼 소리 지르고 있다. 그의 말들은 가볍지만, 그로 상상력은 경계를 넘어 나긋하다. 겨울 햇살이 일요일 오전을 비추듯이, 손을 뻗으면 눈이 부셔 살짝 찡그리는 나긋함.
거기에서는 언어가 시를 통해서 새롭게 표상되는 것이 아니라 ‘시’도 일상의 언어들의 지루한 반복일 뿐이다. 비로소 나부대던 궁상들도 세계의 중심이 되고 더 이상 주변적인 것은 어디에도 없다. 수다는 말로, 말은 마음으로 간다. 그렇게 엮여도 시가 되는 걸 알았다. 17년 전에도,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는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을 게다. “국어 선생이 말이지, 술이 떡이 돼서….. ”

7월만

7월 개인적으로 풍족한 달이었으나 관계를 두고는 판달랐다. 마음은 쉬이 가시질 않고 앙잘거리고만 있다.
적어두지 않으면 죄다 잊어버릴 것 같아서 언제고 시간이 되면 길게 늘여야지라고 쓴다.
3. 판타스틱 아시아 / 미친년 프로젝트
8. 끔찍하게 정상적인
13.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21. 인 디스 월드
30. 점거하라
31. 친절한 금자씨
하나하나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중립 – 롤랑 바르트
타이거 타이거 – 알프레드 베스터
여로의 끝 – 존 바쓰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 – 마종기
이다의 허접질
나는 전설이다 – 리처드 매드슨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 김민정
스키즈 매트릭스 – 브루스 스털링
로캐넌의 세계 /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 – 어쉴러 k 르 귄
연 – 로맹가리
비잔티움의 첩자 – 해리 터틀도브
텍사코 – 파트릭 샤마와조
피서를 겸해서 대부분 신간 sf를 주로 읽었고 그간 사놓고 쌓아두기만 했던 몇 권을 들추게 됐다. ‘텍사코’나 ‘여로의 끝’을 꽂아만 뒀더라면 지옥에서 만세를 부르지 못했을 것이다. 마구 설레고 있는 것은 오늘 손에 잡은 ‘살아라 그리고 기억하라-바렌찐 라스뿌찐’이다.

『패니 힐』 그리고 김인규

얼마 전에 「판타스틱 아시아」전을 보면서 김인규 씨 얘기를 들었다. 나를 가이드 해주던 분이 친한 사이라며 혹 아느냐고 물었을 때, 몇 년 전에 누드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던 교사정도로 기억했다. 실은 더 기억할 게 없기도 했다. 오늘 신문을 보니 대법원(주심 박재윤 대법관)에서 음란물 게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일부 유죄를 받아들여 고법으로 파기환송 했다.
존 클레랜드의 『패니 힐』은 1748년에 쓰였다. 클레랜드는 봄베이(뭄바이)의 동인도 회사에서 실직당한 후 고국인 영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몹시 궁색하여 여기저기서 돈을 빌어 쓰고, 결국에는 빚을 갚지 못해 감옥에 갇히고 만다. 감옥에 있을 때 한 출판사로부터 호색 소설을 쓰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고 쓴 것이 『패니 힐』이다. 서간체 형식의 『패니 힐』은 첫 번째 편지와 두 번째 편지가 각각 1748년과 1749년에 두 권의 책으로 출판된다. 『패니 힐』은 간행되자마자 계속되는 매진과 함께 엄청난 호평을 받았지만 영국의회로부터 음란도서로 고발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그 재판에서 재판장 존 알 크란빌이 내린 판결은 클레랜드에게 100파운드의 종신연금을 하사한다는 것이었다. 100파운드라면 아주 많은 돈은 아니지만 충분히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도였다. 판결의 이유는 이 정도의 재능이 있다면 가난을 이유로 음란한 소설을 쓰지 말고 고상한 쪽에 활용하라는 배려에서였다.
곳곳이 삭제된 채로 판을 거듭해서 출판되곤 했던 『패니 힐』은 1963년 정식으로 발행이 허가된다. 당시에도 이런저런 재판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1963년 7월 뉴욕 주 최고 재판소 심의이다. 뉴욕의 순회 재판소에서는 『패니 힐』에 대해 “인간의 그 어떤 신체부분도 외설적이 아니다”라는 판결을 내려 해금을 선고했다.
김인규 사건에 대해서 대법원이 판결을 내린 기준은 95년 마광수 『즐거운 사라』에 대한 판례와 알리시아 스테임베르그의 『아마티스타/열음사』가 기준이 됐고 적용한 법은 전기통신기본법위반이다.
“제48조의 2 (벌칙)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음란한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반포·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전기통신기본법위반이라고 하면 01년 얼뻥한 검사가 영장청구에서 써먹었던 것에서 한 발도 못나간 것이다. 당시 검사는 “공공장소에서의 성기노출은 당연히 음란한 행위”라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인터넷은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불특정 다수인이 접속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며 어떤 행위가 인터넷에서 이루어졌다면 이는 공공장소에서 “직접” 동일한 행위를 한 것과 동등하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라고 영장에 썼었다. 이 지지리 한 영장에서는 모든 콘텍스트가 사라지고 없다. 거기에는 미술도 창작도 없다. 창작자의 표현과 내용은 간데없고 오직 성기와 음란만이 있을 뿐이다.
나가봐야 해서 대강 마무리한다만, 이라크 전쟁을 생중계하던 것보다 100만 배는 건전하겠다.
[정부의 인터넷 내용규제와 표현의 자유, 무엇이 문제인가]를 다운 받아 읽어보면 2001년 김인규 사건의 경위를 볼 수 있다.

아노아르 면회

이상훈, 혹시, b님과 함께 아노아르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5월 말(24일?)에 면회를 다녀오고는 처음인데 많이 야위었네요. 그간에 눈병으로 고생이 심했답니다. 지내는 건 워낙 출입국과 많이 싸워서 이제는 아노아르 사정을 어느 정도 봐준다고 하네요. 주변의 다른 이주분들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아노아르에게 얘기해서 무슨 해결사처럼 됐더군요. 지금은 중국인들과 같이 있어서 퍽 답답하다고 합니다. 방안에 몇 사람이 있는데, 서해 EEZ에서 고기를 잡다가 잡혀온 중국인 어부들이라고 합니다. 그들끼리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너무 떠들어서 잘 못 쉰다고 하네요. 보호소 내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나라끼리 한 방에 있다고 합니다. 아노아르도 방을 바꿔 달라고 요청했더니, 따로 독방을 줄까 묻더랍니다. 심심해서 싫다고 했데요. 말이 안통해도 몸짓으로 할 만큼은 소통을 한다고, 그게 그래도 혼자 있는 것 보다는 낫다고 하더군요. 🙂 아노아르가 청주 보호소에서 지낸지 벌써 2달이 넘었는데, 아직까지는 이렇다 할 제스처가 안 나오고 있습니다. 뭐랄까 국가인권위에서 보호해제 권고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경우 과연 법무부에서 받아들일지 미지수 입니다.
현재 인권위에서 몇몇 단체를 통해 보호소의 인권실태를 조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주인권연대, 아름다운 재단 변호사들, 설동훈 교수 등등으로 꾸려졌는데, 단속 할 때의 위법사항이라던가 보호소 내에서의 처우, 보호소 안에서 통역 문제 등등에 대해서 세세하게 조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크리스티안 같은 경우 화성보호소에서 목동으로 다시 온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목동은 실태조사가 끝났는데 화성은 아직 안했답니다. 그 보호소에서 뭔가 문제(?)를 일으킬 만한 사람들을 빼돌렸다는 얘기지요. 크리스티안이 화성에 남아있으면 보호소 실태나 단속 과정에 대해서 출입국을 여러모로 귀찮게 할 여지가 다분한데 이를 미연에 방지했다는 것입니다. 부지런한 것들. 동행한 분 중에 조사에 직접 참여하고 계신분이 있는데 조만간 자료가 나올 거라고 합니다. 그 와중에 인천 출입국에 대해서 들었는데, 짜증이 확 치밀더군요. 인천에 감호된 이주분들 중에서 3분의 1이 여성입니다. 법무부 규정상 여성 감호자들에게는 여성 직원들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인천 출입국에는 법무부 직원 중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입니다. 조사하러 나갔을 때, 이주여성들이 조사자들 중 여성분들을 붙잡고 엉엉 울더랍니다. 들어보니, 지금까지 생리대는 지급받은 적이 한 번도 없고, 샤워 실은 남녀 공용이고, 윽박지르는 것 때문에 뭔가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조사 자료가 나오면 얼마나 황당한 경우를 견디고 분노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청주의 경우도 방마다 cctv가 설치 됐다고 하는군요. 보호소 내의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이주 분들에게는 단 한 벌의 옷만 지급 됐을 뿐인데, cctv로 한 사무실에서 모든 방을 감시하는 것부터 화장실의 문 높이가 반 밖에 안 되는 것 등등 불편함과 수치심에 대한 얘기를 하더군요. 어서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런저런 문제점에 대해 인권위의 권고가 반영돼서 비인간적인 단속과 연행, 보호소 내의 처우가 바뀌길 바랍니다.
늦었지만 오늘 2시엔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이주노동자 인권과 노동권 보장에 대한 결의대회가 있습니다. 비가 안 온다면 작은대안무역은 부스를 차리고 함께 할 계획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세요. 🙂

그럭저럭

그제 크리스티안 면회를 다녀왔다, 마침 생일이라는데, 보호소에서 생일이라니, 축하는 듬뿍 해줬다. 크리스티안의 모습은 뭐랄까 보호소에 있으면서 얼굴이 그리 좋아진 사람은 처음이다. 술로 가슴츠레하던 눈은 광채가 나고, 가슬가슬하던 얼굴에 혈색이 도는 게 그간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다. 안 될 말이지만, 그 안에서 오래오래 투쟁해도 되겠더라. 크리스티안은 화성보호소로 갔다가 다시 목동출입국으로 오게 됐는데, 아주 특별한 경우다. 왜 그런지는 자신도 모른단다. 아마도 마붑이 국가인권위에 낸 진정서 때문인 듯싶다. 진정서가 먹혔다기보다는 인권위에서 조사차 몇 번이고 다녀가야 할 텐데 지들 편하자고 그랬을 거란 추측이다. 대화 중 황당무계한 소리를 들었는데, 거참, 출입국이 단속하는데 용역을 쓰는 거야 오래전부터 그랬다지만 학생들을 쓴다는 거다.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쓴다고 하더라. 하기야 지난 4월엔 군포에서 잡힌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단속에 협조하면 풀어준다고 해서 그의 동료 18명이 잡힌 사건이 있었다. 출입국이 뭔 짓이든 못할까.
수업받는 학생과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봤다. 용산 cgv에서 봤는데, 영화 시작도 예정보다 5분 정도 늦더니 한 1분 정도는 화면이 안 나오는 것이다. 결국, 왜 그들이 만나게 됐는지는 모른다. 영화는 부부싸움에 대한 얘기이다. 그렇게 싸우면 정들까? 별로 재밌게 보다가 끝에서 식상해버린 바람에 앞에 1분을 핑계로 환불받았다. 실은 매니저가 그 1분에 대한 사과를 당연히 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사람들은 휙휙 나가는데 별말을 안 하는 게다. 가서 얘기했더니, 너무나 친절하게 고객님이 원하시는 대로 해주겠다기에, 그럼 환불받겠다고 했다. 계속 생각했던 수위를 넘어서 미안해하는데 어찌나 나도 미안하던지. 고객님의 환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환불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 심기 정도는 환불받으면 좋아지는 딱 그 정도다. 실제로 환불받으니까 좋아지던걸. 그나저나 브래드 피트는 어쩜 더 이뻐졌니.
월급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왔다, 어라 하고 좋은 게 아니라 이거 잘 못 된 거 아닐까라는 생각에 잠자코 있을까 그냥 확 다 써버리고 몰라라 할까 몇 초 심각하다가 전화를 해 봤다. 연차수당이 나왔단다. 얼쑤
금연한 지 어언 1개월하고 반이 지났다. 자전거를 못 타는 날은 달리기를 하고 있고 꽤 오래 멈추지 않고 달린다. 몸이 좋아진 게다. 하루 두 갑 이상의 담배를 펴댔는데, 한 달에 12만 원꼴이 나갔다. 자전거 할부금을 내고도 얼마가 남아서 여기랑 저기 후원금을 늘렸다. 저기서 갑자기 후원금을 올린 이유를 묻는데, 금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시 담배를 피우면 내리게 될 거라는 말은 차마. 여하튼 내년 2월까지는 안 피운다. 그리고 매닉! 선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