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북한산에 올랐습니다. 오랜만이라고 말하는 게 겸연쩍을 만큼 드문 산행이지만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감탄과 감사를 보냅니다. 백운대에서 바람은 가슴을 휑하니 뚫고 갑니다. 묵고 곯은 것들도 덕분에 얼마만큼 가셨습니다. 모든 게 관계없지만 그 관계없다는 말이 가시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진균 성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내내 투쟁하시던 때와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가 분신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산재치료 중 병원 난간에 목을 매어 자살했습니다. 기억하시죠? 작년에 6명의 노동열사를 보냈습니다. 34년 전 전태일 열사의 유서와 김주익 열사의 유서 박일수 열사의 유서가 변하지 않은 나라에서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습니다. 당신은 노동자가 아닙니까? 당신의 어머니는 노동자가 아닙니까? 당신의 아버지는 노동자가 아닙니까? 손잡고 기대면서 함께 가야할 사람들을 우리가 차별하고 있습니다. 겨우 나도 노동자인데 그 앞에 ‘비정규직’이 붙으면 사람이 아니게 되는 세상입니다. 노동자라는 이름에 누가 그 쓰디쓴 모욕과 굴레를 덧 씌우고 있습니까. 국익이라는 이데올로기로 우리는 침략전쟁에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나와 당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전범국가의 국민이 됐고, 아무도 내가 어디에 섰는지 돌아보려 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대체 언제까지 이 야만의 시대를 침묵해야 합니까. 나는 나와 관계없는 데도 못 견디겠습니다. 그것을 이유로 또 못 견디겠습니다. 나는 내가 약자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가 약자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당신이 약자라는 것을 알지만 당신과 내가 함께 있는데도 약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만든 경계가 아니라면 그 선을 애써 무시할게 아니라 이제는 허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홀로 걸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다른 고귀한 발들과 보조를 맞춰 함께 걸으면 우리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사빠띠스따의 절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죽지 맙시다. 제발 죽지 맙시다. 살아서, 갈기갈기 찢기고 짓씹혀도 그래도 살아서 싸웁시다.
진보넷에 실린 박일수 열사 유서입니다.
http://cast.jinbo.net/news/show.php?docnbr=29893 故 박일수씨가 남긴 유서 전문
어차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일 수밖에 없는 나의 신분에 한 점 부끄럽지 않다. 노동자 신분에 보람과 긍지,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이 사회에 또는 현대 좃지나 공장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인간이길 포기해야 하는 것이며,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기득권 가진 놈들의 배를 불려 주기 위해 제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차별과 멸시, 박탈감, 착취에서 오는 분노.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현대 좃지나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과 부패, 착취, 비리. 직영노동자들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대하는 행패와 멸시, 고위 관리직 이사부터 하위 관리직 팀장, 반장까지 안 썩은 곳이 없고, 상납이라는 추악한 고리에 향락 접대에 연결 안된 개새끼들이 없다. 윗물이 그러하다면 협력업체 총무, 경리까지 노동자 임금을 도둑질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현실 피해자는 하청노동자다. 상납되는 검은 돈,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피를 빨고 돈 잔치를 하고 있고, 향락접대비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땀과 피로 술 퍼마시고 개지랄들 하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 좃지나 공장에서 관행처럼 뿌리 박혀있는 추접하고 더럽게 썩어있는 현대 좃지나 공장의 현실이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간 존엄성은 개만도 못한 처지로 땅에 떨어져 있고, 크게는 이 나라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이다. 이렇게 썩고 곪아터진 현대 좃지나 공장 관리자 개새끼들부터 근원적으로 개혁이 되어야 한다. 2003년 12월 29일 오후 6시경, 현장 복귀 문제와 체불임금 문제로 000 000는 인턴기업사장 박진용과 논의하던 중 나에게 한 말이었다. ‘연말이 되어 윗사람 떡값문제로 바쁘다’고, 이런 더럽고 추악한 행태는 인턴기업 만의 문제가 아닌 현대 좃지나 공장 전체의 실태다. 대한민국 대기업 하는 곳 썩을 대로 썩어있는 현대 좃지나 공장을, 이 암울한 하청 비정규직 문제를 개선해 줄 곳은 아무 곳도 없다. 대한민국 노동법은 자본을 위한 법이고 하청 비정규직에게 생색만 내는 노동법이다. 현대어용노동조합은 그네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조합이고, 노동자는 하나라는 원칙은 말장난일 뿐, 열악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다. 태어나면서 귀족노동자, 하청노동자로 태어나지 않았고 어떻게 하다보니 직영노동자,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로 살뿐인데 직영노동자라 하여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를 기만하고 멸시할 자격은 없다. 이런 현대 개좃같은 풍토가 개선되어야 한다. 신성해야 될 일터가 부정, 부패, 비리, 착취, 멸시, 불신, 박탈감 이런들이 현대 좃지나 공장의 현실이다. 2003년 7월 22일 유인물을 통해 처우개선, 차별 경영을 개선해 달라 강력히 요구한 바 있으나 바른말하고 목소리 내는 자는 작업을 시키지 않고, 부당해고로 문제를 숨기려 하는 자본가와 관리자들 행패와 더럽고 추접한 작태를 당하면서 이 억울함과 분노를 참을 수 없다. 이런 억울함을 노동부에 고발해 봐야 부당해고비 몇 푼 받으면 끝난다. 근원적인 문제개선은 접근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현실이 세상에 밝혀지고 대수술이 없는 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는 희망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손가락이나 빨아라 라는 차별경영을 비통한 마음으로 당하면서 또 한번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피눈물 나는 심정으로 울분을 달랬어야 한다. 이렇게 악질 차별경영을 하는 회장 및 고위관리자 개새끼들 대가리 두 조각 내어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인턴기업사장 박진용 집안 삼촌인지 사촌인지 현대 좃지나 공장 이사로 재직 중 얼마전 미포조선 이사로 옮긴 줄 알고 있다. 웃기는 것은 미포조선에다 업체를 하나 더 문을 연단다. 업체사장 2년만에 땅값 비싸다는 삼산동에 아파트를 사서 입주하고 친동생에게는 땅값 비싼 삼산동에 식당을 차려주고 고향에다 땅을 사고, 차를 바꾸고, 미포조선에다 업체를 차리려면 공탁금만 해도 얼만데 일반 사람 상식으로는 이해를 할 수 없다. 이런 악질 협력업체 사장은 이사회에서 매장되어야 한다. 인터기업 노동자인 후배 한사람. 외국으로 취업 나갈 기회가 있어 근로자 원천징수 사본이 필요해 세무서에 가서 확인을 해보니 인터기업 근로자로 등록이 안되어 있다 한다. 근무한지가 일년이 넘었는데도 상황으로 보아 세금탈세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현대 좃지나 공장 사내복지 시설을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식당, 샤워실, 화장실, 커피자판기다. 그 많은 복지시설은 직영노동자만 사용한다. 직영노동자 탈의실과 하청노동자 탈의실에서부터 소외감을 갖는다. 하청노동자는 콘테이너 박스에서 옷을 갈아입고 한여름 점심시간 쉴 곳이 없어 그늘 찾아 헤맨다. 한 겨울 점심시간 쉴 곳이 없어 바람피할 곳을 찾아 헤맨다. 직영노동자는 시설 잘되어 있는 건물 내부에 휴식을 취한다. 이렇듯 직영노동자에 비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는 차별을 받는다. 직영노동조합 단체협약을 보면 백가지도 넘는 복지혜택, 문화의료혜택, 자녀교육혜택, 주거혜택,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는 정해진 시급, 일급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90%가 불법파견근로로 현장에 투입되다 보면 직영노동자에게 작업지시를 받는다. 작업하기 더럽고 어렵고 힘든 곳은 하청노동자에게 투입시킨다. 이토록 비인간적이고 불합리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 현대 좃지나 공장 현실이다. 직영노동자 몇 백명 중에 한 두 사람은 인간적인 사고와 공동체 의식 인격적으로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 측은지심 시각으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는 직영노동자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그리고 하청 비정규직 현실이 변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된다. 그리고 현대 좃지나 공장 외부 일반적인 사람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가 가족들조차 이 나라 지도자들 법을 집행하는 고급공무원들 노동자 바람막이를 해줘야할 노동부 공무원들도 몰라서도 안하고 알아도 안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여 세상이 이렇다 하여 나도 그렇게 살수는 없다. 이 나라가 요만큼이나 민주화가 된 것은 세상이 쥐꼬리만큼 변하게 된 것은 이 사회 구조를 아파하고 정직한 노동의 대가가 안 주어지는 이 현실에 약자가 보호받아야 되는 법이 외면하는 현실에 한계에 고통스러워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약해지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모순된 현실을 개선하고자, 개혁하고자, 사랑하는 처자식 남겨두고 홀로 외롭게 세상을 고통스럽게 떠나버린 열사들이 있었기에 쥐꼬리만큼이나마 이 사회가 노동자의 환경이 변한 것이다. 나도 앞서간 열사들의 고뇌와 희생에 같은 심정이다. 나의 한 몸 불태워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이 착취당하는 구조가 개선되길 바란다. 악질 협력업체 사장 박진용 같은 사람이 이 사회에 발붙일 곳이 없어야 한다. 부디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진실된 노동의 대가가 보장되는 일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박일수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