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어디일까

강남 신사에서 집까지 10분이라니, 너무한다. 시속 140km쯤 되니 차에서 삐삐거리며 난리다. 기사는 그래도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바이킹에 앉아 멀미를 꾸역꾸역 참는데, 누군가 ‘5분만 더!’라고 소리치면 이런 기분일까. 겨우 문자 한통 보냈을 뿐인데, 집이다. 총알택시도 만원전철도 싫다. 역시 자전거!

출퇴근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소음차단용 헤드폰과 MP3 플레이어를 샀다. 행여나 소음유발자에 끼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볼륨을 조절해 가며 음악을 듣는다. 헤드폰을 쓰면 요다가 된다.
지금 MP3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노래는 ‘딱지 따먹기’이다. 브로콜리 너마저를 선물 받았고, flac으로 변환해 넣었다. ‘엄마 쟤 흙먹어’와 ‘ 저 여자 눈 좀 봐’, ‘브로콜리 너마저’중에서 밴드명을 고민했다는데 어떤 밴드명이었든 재밌었겠다. 만약 ‘딱지 따먹기’나 ‘아기는 밤에만’이었다면 이 밴드를 사랑했을 게다.
지난 몇 주간 회사에서 한 일은 블로그 스킨을 새롭게 한 거다. 집에 있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거다. 더 바꿀 게 없어서 글을 쓰기로 했다. 굴욕 시!
씻는 문제 때문에 자전거출퇴근을 못했는데, 내주부터는 어떻게는 자전거를 이용해야지.
올해도 이유 없이 3월이다.

나는야 츤데레

나도 아름다운 얘기든 근사한 말이든 써 재끼고 싶다. 허우적대는 분노가 그치면 녹색 색연필을 쥐고 또박또박 써나갈 게다.
‘이런 꿈을 꾸었다…….’로 시작하는. 그 꿈을 쓰는 날이면 손바닥에 별이 그려진 날과 손바닥에 별을 그린 날에 대해서, 배드민턴과 맞잡은 손가락 마디마디 바람이 지나던 때, 그 바람을 강풍이라고 고집하던 시간을 일러주겠다. 그 소소함이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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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중요한 자료는 mht로 저장하곤 해요. 여성주의 저널 일다 사이트가 개편되면서 올 초 일다에 문제 제기를 했던 자게의 글이 없어졌고, 나중에 data.ildaro.com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조차도 없어졌더군요. 게다가 도서출판 일다 사이트(book.ildaro.com)를 아무런 공지 없이 없애버린 건 독자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에요. 작년에 일다 출판호프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이 와서 도운 건 다음 책을 기다리는 마음에서였을 거예요. 그러니, 왜 출판을 안 하게 됐는지, 그 출판기금은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지 혹은 사용했는지, 어째서 도서출판 일다가 사라졌는지 정도는 사이트를 없애기 전에 알려야지요. 왜냐하면, 그건 그냥 기본이에요.
일다를 나온 기자들의 문제제기 글과 함께 일다 편집진의 글, 비상근 기자라고 칭하며 달린 댓글, 개인정보를 담당한다는 오승원의 댓글 등등이 함께 지워졌네요. 부끄럽고 여전히 낯깍인다는 생각에 흔적을 지운 거면, 늦었지만 사과를 하는 게 맞습니다. 그게 순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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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하루

틈만 있으면 어디든 숨을 곳


다른 책장에 숨었다가 풍아~ 부르면 고개를 배꼼

책도 보고 겸사 들어갈 곳도 찾고


그러다가 한참을 찾아 헤매게 한 책장 아래

만 하루를 지내고부터 방을 이리저리 뛰놀며

휴지통과 씨름도 하고

쥐돌이 냄새를 쫓고

캣타워에 서서 심심해하더니

캣타워를 오르며 나를 좀 봐달라고

이제는 자던 메이마저 깨우고

메이의 하악질에 그게 뭐 혼날 일이냐는 표정으로

복수를 다짐하고 덤벼보지만 땅을 치며 항복 항복

속았지 하며 한 방 날리고

비겁하다고 삐친 메이를 몰라라 다 큰 게 삐치느냐며 총총

놀만큼 놀았으니 슬슬 배가 고프고 그릇이야 엎어지든 말든

밥을 먹고 나니 슬슬 배가, 응가에도 자세가 있다던데

아롬은 태풍의 자세에 저 저 저 놀라워하며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전엔 얼굴을 씻고

발도 닦고

누우면 어디서든 잔다며 엎어져 자다가

턱이 아프다며 침대로 옮겨 팔베개를 하고

잠깐 깨 오늘 냥이로써 품위를 지키지 못한 게 있는지 돌아보며

동거인을 위해 이쁜 표정 몇 번 지어주시고



또 화장실에 가나 했더니 그 앞에서 쿨

실종된 태풍 키보드 뒤에서 발견

보거나 말거나 그러거나 저러거나 다시 잠을 청하고

언제부턴가 나 찾아보라며 키보드 뒤를 아지트로 삼고

어떻게 찾았느냐며 놀라워도 하고

어디서든 우아함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여유로움으로

새벽에 깨어 심심하니 놀아달라고 떼도 써보고

오뎅꼬치에 말리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삐끗

또 삐끗

에잇 참을 수 없다며 만세로 덤비고

점프도 불사하고

한번 문 꼬치는 자기 거라며 필사적으로

결국 품위 따위는 내버리고

똥꼬가 보이든 말든

그러나 1편은 여기까지만 다시 우아하게, 안녕 풍~

내 이름은 태풍

금요일까지 함께 있을 아깽이. 태풍 갈매기에 업어왔다고 태풍이로 부르기로 했다. 그 많은 비를 혼자서 쫄딱 맞는 걸 콩이 데려왔다. 한가한(감사할 때가) 내가 며칠 맞기로 했다. 이쁜 태비이다. 사내이고 꼬리 끝이 약간 휘었다. 무엇보다 이 억울한 눈빛, 사랑스러워. 아롬과 메이는 멀리서 코를 킁킁거리며 태풍의 냄새를 쫓고 있다.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며 삼각편대로 가만히 서로 바라만 보고 있다. 우리 돼냥이들 틈에 있으니 더더욱 작아 보인다. 한 3주 됐으려나 이제 막 걸음을 뗀 아깽이다. 잠시 잠깐이라도 사이좋게 지내자꾸나.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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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일정은 열흘을 잡고 있지만, 더 길어질지 한 사흘 만에 죄다 팽개치고 돌아올지 모르겠다. 걸리는 한 가지는 디디홍진의 결혼인데 부디 갈 수 있기를! 부산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여유가 되면 남도를 돌 생각이다. 계획은 이게 다다. 패니어에 짐을 다 실을 수가 없어 트레일러를 사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인터넷을 뒤져 무려 25만 원이나 하는 트레일러로 마음을 굳히고 판매자와 통화를 했다. 재고가 없으니 본인 것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빌려왔다. 아, 아, 요 구석에서 감사를. 이제 곧 출발이다.
아롬은 가장 시원한 유리 위에 올라 대자로 퍼져 잠을 자고 있다. 너도 꿈을 꾸니? 메이는 방바닥 한가운데서 시체처럼 뻗어 있다. 더운 날이다. 비 소식보다 기다려지는, 날들이 지나고 있다.

비밀

아이야,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섬 하나쯤은 품고 있대. 거기에선 비밀이 자란대, 비밀이 마음보다 커져 마음을 삼키는 날이면, 무거운 해를 이고 가는 이를 만나게 될 거야. 그러면 그에게 바람이 어디서 불어 오냐고 물어보렴.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 곳, 구름보다 먼저 보낸 마음이 닿은 곳. 그곳에다 비밀을 묻고 안녕하고 말하렴. 손을 흔들어도 좋고, 고개를 숙여도 좋아, 그래도 안녕이라는 말을 잊어선 안 돼. 천천히 싹이 돋고 구름보다 크게 줄기가 자랄 거야. 그걸 타고 오르면 어른이 되지 않아도 된대. 거기에선 만화영화가 시시하지 않고, 붕붕도 만나고, 재키도, 바람돌이도 만날 거야. 붕붕에게선 엄마를 찾던 모험을 듣고, 해를 지나가면 하록선장도 만날 수 있어. 줄기가 끝나는 곳에서 아르카디아호와 함께 깜깜한 우주를 날 수 있어. 하록은 사실 무서운 사람이 아니야. 플레이아데스성단에 이르면 셈야제를 보게 될 거야. 그는 지구에서만 34번을 태어났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지. 그에게 물어봐 주렴. 어떻게 어른은 다시 아이가 될 수 있는지. 그걸 내게도 알려주렴. 그러면 아침까지 잠 못 이루며 이런 헛나발을 불지 않아도 되겠지. 깊은 꿈속에선 비밀도 잠을 잘 거야. 그러면 비밀을 묻고 싹이 돋기를 기다릴 거야. 다시 기차를 타고 철이와 여행을 떠날 수 있겠지. 친구를 찾아 노래하자고, 손뼉치자고 조를 거야. 짝짝하는 박수 소리에 우주는 아름답겠지. 쿵짝쿵짝 쿵짜라쿵짝 ~ 네박자 따위가 더는 귓가에 윙윙거리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