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퍼스키

카스퍼스키가 이번 VIRUS.GR의 바이러스 테스트 결과에서도 최고를 차지했다.
내 10년도 더 된 데탑(펜티엄-3 733/램 256)에 카스퍼스키를 설치했다가, 아예 부팅이 안 돼 겨우겨우 안전모드에서 삭제한 적이 있었다. 램 때문일까 싶어 회사에서 램을 업어다가 512로 만들었건만 여전히 버벅 대기는 마찬가지. 그때의 삽질을 생각하며 셀러론 1.2G(램 1.5) 사양의 노트북에 깔아도 될지 고민을 조금 하다가 ‘안 되면 민다’란 생각으로 후다닥. 감동이야, 설치하고 모든 감시를 만빵 활성화 시켰음에도 쌩쌩하다. 비스타도 돌리던 노트북인데 너무 겁먹었던 거야. 부팅시간은 v3일 때보다 오히려 빠른데 웹상에서 사이트 간 이동은 조금 느려진 것 같네. 뭐 설정 나름이니.
2010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거라 그쯤 되면 노트북으로서는 평생이겠지. 건강하게 살렴.

군복무 인센티브 대신 임금을!

지난 2월 정부는 ‘비전2030-인적자원활용 2+5전략’을 발표했다. 현재보다 2년 빨리 일을 시작하고, 퇴직 시점은 5년 더 늦추겠다는 방안이다. 비전2030의 핵심은 병역제도 개선방안에 있다.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부과하여 현역 복무기간을 6개월 단축하고, 유급지원병제 등을 도입하는 식으로 대체복무제(전환복무제)를 단계적으로 폐지 사회복무제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기존에 병역 면제 대상이었던 5급자(제2국민역)도 사회서비스 분야에 의무적으로 복무하도록 하며, 원한다면 여성이나 상대적으로 장애가 덜한 “장애인(국방부가 제시한 사례는 손가락 장애나 인공 눈을 시술한 자 등), 혼혈인, 귀화자” 등 기존에 배제됐던 이들도 사회복무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한다.
비전2030 전략의 가증스러움은 실상 전 국민의 군사화를 사회복무제라는 외피를 씌워 ‘사회봉사활동’ 인 양 보이게 하는 데 있다. 사회복무제가 시행된다면 군사 활동이 아니라 사회봉사 활동이니까 ‘여성도 문제없다’, ‘장애인도 문제없다’는 식으로, 여성이나 소수자의 사회복무 참여를 요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또 이를 원하지 않는 여성이나 소수자들에겐 ‘의무’를 다하려 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일 것이고, 이와 맞물려 병역 이행에 대한 ‘보상’ 문제가 슬슬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4월 21일 최운 국방부 인사복지본부장은 “군필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가 위헌으로 판결이나 폐지됐지만, 어떤 식으로든 인센티브를 줘야 하고 또 그에 대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한다.
군 복무에 따른 가산점 제도는 1999년 헌법재판소가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판단, 위헌 결정을 내려 폐지됐다. 헌법재판소 판결에서 주목할 것은 ‘평등권’에 있다. 군 가산점은 군필자와 병역의무에서 배제됐던 “비국민” 간 야기되는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공무원이 될 생각이 없는 군필자’에게는 필요없는 ‘인센티브’였으니, 군필자 간에도 동등하지 않은 것이었다.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은 군 복무에 적극적으로 임하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제대로 된 인센티브라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가가 사회적 불평등을 조장할 수는 없는 일이니, 그 ‘인센티브’는 평등권을 침해하지 말아야 하며 국가로부터 ‘배제되는’ 이들도 없어야 한다. 따라서 ‘어떤’ 군필자에게 주어진 인센티브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가산점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군 복무를 노동으로 보고 그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한 방법일 것이다.
군 시절 내내, 단 한 번도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납득한 적이 없다. 제대 후에도 여전히 마찬가지다. 하루 동안의 직무라는 것도 주로 작업과 근무인 셈인데, 따지고 보면 전혀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멀쩡한 산의 풀과 나무를 베는 일이라든지, 연병장을 계속해서 넓히는 삽질의 이유 등은 저 위에 있는 상급자들만이 알 일이다. 군 경험에서 돌아보기 끔찍한 것들은 차치하고라도, 분명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엄청난 인력들이 소모되고 있다는 점이다.
2년 2개월 동안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가 굳이 보상하겠다면, 인센티브같은 헛나발이 아니라, 복무 기간을 합산해서 이에 맞는 최소한의 임금 즉, 최저임금 이상 지급해야 한다. 가산점과 같은 인센티브는 여성과 남성, 장애인과 비장애인, 시민과 비시민의 위계질서를 더더욱 강화시킬 뿐이다.
국가가 모든 군필자에게 이 정도의 급여를 지급할 여력이 안 된다면, 처음부터 지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꼭 필요한 인원만을 충당해야 할 일이다. 정부가 대체복무제를 점차 축소하고 사회복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의무’를 가장하여 더 많은 사람의 노동력을 헐값으로 부려 먹겠다는 속셈으로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군 인력을 축소해나가야 할 시점에서 국가가 여전히 국민을 군사화시키고 더욱 강력한 국가 통제 아래에 두겠다는 의도이다. 이쯤 되면 국가가 강제로 부여한 병역 ‘의무’가 가당키나 한지 돌아보고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집회한다 허가하지 마시라

사진 몇 장 올려요. ‘어! 저건 누가 봐도 나란 걸 알 수 있어.’라는 사진은 건너뛰려고 했으나, 이래도 저래도 알 사람은 다 알겠다는 생각에 그냥 올려요. 지웠으면 하는 사진은 옆구리를 찔러주세요. 바로 내리도록 할게요.
모처럼 즐거운 집회였어요. 딱 정해진 순서로 어디어디 무슨 짱이 나와서 마이크를 쥔 게 아니라, 누구나 글로 몸으로 혹은 목소리로 생각을 전할 수 있는 즐거운 난장이었어요.
그나저나 경찰에서 오늘 집회가 선전전 수준이라서 법대로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아주 랄들 하십니다. 봄볕에 그 놈들 맴이 타 들어가게 쪼이고 싶네요.
사진찍지마
허가하지마시라
미친소뼈다귀싫어요
너나잘하셈
대마초내놔
같이놀아요
세상을살만하게만들거야
불법집회하자
귀를막고눈을가리고
우리의권리이자자유
얼굴가렸지롱어쩔래
개미퍼먹어
집회권리보장하라
정신나간정통부
통비법개악반대
FTA원천부효
누구게
쪽팔려서안된다

MWTV 2주년 이모저모

모처럼 mwtv2주년 파티에서 작은대안무역을 함께 했어요. 내내 정신없이 핫케이크를 만들고 작은대안무역 부스는 몰라라 사진을 찍고는 했네요. 여전히 Stop! Crackdown / 강제추방반대 핫케이크는 인기 절정이었습니다. 채식하는 분들을 위해 달걀과 우유를 넣지 않은 핫케이크도 만들었는데, 아 정작 먹어줬으면 하는 사람이 일찍 가버렸어요. 약골 말대로 다음엔 우유 대신 두유를 넣어서 아무나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만들어 봐야겠어요.
아프리카 음악은 최고였어요, 북소리가 심장을 텅텅 치고, 춤은 그 소리를 신나는 모양새로 공명하는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를 모르겠더군요. 멋대로 몸이 움직여져서 혼났네요. 으아하 다시 보고 싶어요.
황새울 지킴이 평화행진으로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사진 몇 장 첨부해요. (가로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어요.)
매닉
강제추방반대
stopcrackdown
강제추방반대
북치는사람들
춤추는 사람들
춤추는 사람들
춤추는 사람
춤추는 사람
아이와 아빠
이 건 한 주를 또 시작해야 하는 당신을 위한 서비스!

이주노동자의 방송 2주년 파티

이주노동자의 방송(MWTV)이 첫 방송을 한 지 벌써 2년이 됐네요. 마붑이 재밌는 2주년을 파티를 준비한다고 무쟈게 힘주며 말했으니 신나는 난장이 벌어지겠죠.
4월 14일 토요일 6시부터 연세대 푸른샘에서 열립니다. 이에 맞춰서 작은대안무역도 드디어 시작합니다. 주로 지난 작품들이지만, 대신 엄청나게 싸게 판매한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리고 추억의 강제추방반대 핫케이크를 마음껏 먹을 수 있습니다. 🙂 많은 분을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래 그림을 꾸욱 누르면 자세한 약도를 볼 수 있습니다.
MWTV2주년
MWTV2주년

강제추방반대

요즈막

그러니깐 연구실에 딱딱한 나무 의자가 있고, 그곳에 방석을 얹고 정자세로 앉아 멀뚱멀뚱 벽을 쳐다보는데, 후배가 지나는 말로 1사분기라는 말을 했다. 고개를 돌릴 수 없어서 종아리에 힘을 주고 책상에 손을 집고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몸을 돌려 녀석을 봤다. 갑자기 왜 저러나 싶은 그의 생게망게한 표정을 몰라라 내가 조알거린 말은 “자전거 타고 싶어.”였다. ‘오늘은 꼭 자전거를 타야지’하며 내심 그루박는데, 후배가 “제대로 앉지도 못 하잖아요.”라고 아니꼽살스럽게 한마디 뱉고는 휙, 정말 휙 하고 눈앞에서 사라졌다. 아. 아. 아. 시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몸땡이는 형벌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엔 버럭범수 같은 의사도 봉다리 같은 의사도 김민준 같은 의사도 오윤아 같은 의사도 그도 아니면 장준혁 같은 의사도 없다. 몽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그곳은 우울하다.
1사분기, 1월 2월 3월의 반, 올 들어서 내가 한 일의 9할은 방바닥에 누워 천장만 바라본 게 다다. 방바닥이 나를 키운다. ‘뚫어지게 보다’의 진부함으로는 결코 따라올 수가 없다. 몇 번은 뚫어졌어야 할 천장은 멀쩡하고 겨우 몇 해 지난 보일러만 터졌다.
그렇게 곱살한 마음을 달래며 자전거에 바람을 넣었고, 나는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자전거를 탔다. 마음은 설렁설렁 재활이야 하며 올랐는데, 몸은 베인 기억으로 마구마구 움직인다. 찬바람과 거친 입김 속에서 겨울이 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동글게 몸을 말고 기어 비는 2-7 페달에 조금 더 힘을 싣는다. 속도계를 봤다 30km를 조금 넘긴다. 다시 2-8, 3-7 심장은 헉헉대는 숨소리만 뱉어낸다. 기어 비 3-8 얼마만의 자전거냐 하며 신났는데, 페달링이 체 70rpm을 넘지 못한다. 천천히 좋아지겠지. 그러다가 평시처럼 언제의 평시인지는 아뜩하지만 눈앞의 50cm정도의 턱을 휙 하고 날았다. 부우웅 최고야! 착지하는 순간 1사분기가 다시 시작되는 것만 같았다.
내일 반전집회와 모레 이주 집회에 가고 싶다. 천장은 느무나 심심해.

곱슬머리

그러니깐, 아직 매직스트레이트 같은 게 없던 날들이다. 동생이 파마를 했다. 갑자기 웬 파마냐면, 빠마링크와 퍼머링크를 읽다가 애먼 기억이 알은체하기에 가로새는 게다. 곱슬머리에게 찰랑찰랑 생머리는 매력적이고 유혹적일 때가 있다. 오늘처럼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머리카락이 푸석푸석 꼬이면서, 마음까지 꼬이기 일쑤니 말이다. 동생은 대학 입학식 전후로 해서 파마를 했을 게다. 좋아라하며 과 동기들을 만나러 간 날, 주위의 시선은 윤기 흐르는 머리를 부러워하는 게 분명했단다. 누군가 “파마 한 거야?”라고 묻는 말에 “응 잘 됐지”라며 조금 으쓱했는데, 그 옆의 친구가 한 마디 거들었단다. “와 이 웨이브 되게 잘 됐다!”…………….. “스트레이트 한 건데…….”

담배 사서 어정어정 들어오는데, 우리 집 담벼락 적시는 비가 오네, 비가 와,
굼지럭 누웠는 방에서도 길 향해 열려있는 창틈으로,
이유 없이 3월이다

비가 와서 하필 들고 나간 게 장석남의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책살마다 누렇게 손때가 졌네. 그립자고, 그립지 말자고 읽었을까, 거기 어느께에 마음도 묻혔는지 들춰봐도 비가 그치지 않네.

동생

기억들이 멀찍해지면서 두고 간 것은 맞추려 해도 좀처럼 맞지 않은 아긋한 조각들 만이다. 꼬맹이였을 적이다. 난 일곱, 동생은 겨우 네 살, 이었을까, 서로 수박을 조금 더 집어 먹으려고 했는지, 삶은 달걀을 꾸역거렸는지, 왜 배가 아팠는지 이제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랬다 치는 수밖에 없다. 마당 구석에는 뒷간이 있었고, 오줌이라도 쌀라 치면 삐그덕 거리는 소리에 등골이 쭈뼛하며 햇빛 밝은 날에도 볕 따뜻한 날에도 좀처럼 환하지 않은 곳이었다. 스물 거리며 올라가는 고자리들이 등 어디쯤을 헤집고 있는 것 같고, 신발 밑창의 구멍을 통해서 발가락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그래, 그날, 삶은 달걀이었을까 수박이었을까 그것을 먹고 배를 움키고 뒷간에 갔다. 누구 먼저 할 새도 없이, 동시에 들어가서 삐그덕 거리는 널빤지에 올라 등을 맞대고 바지를 내리고 쪼그려 앉았다. 평시보다 판자 우는 소리가 컸고 가끔씩 텅 텅 하고 울렸다. 신문지를 서로 구기면서 우리는 뭔 얘기를 했었나. 갑자기 뒷간 문이 열리고 옆집 살던 형과 그의 누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예예 야네들 좀 봐라. 어쩜 둘이 등짝을 맞대고 똥간에 앉았냐.” 형아야 누이야, 그 똥간에서 엉덩판 부비 던 동생이 이젠 어른이 됐다. 저기 있는 기억들 매만졌다고 그게 뭐 메어질 일이라고 몸 따라 맘이 아프다.

불면

여름이 끝나간다.
마음도 따라간다.

너는 아니?

내 어린 꿈은 섣달 그믐달을
동아줄로 둘둘 감아 한 줄 길게 늘여
애비의 목을 다는 것이다.

켁켁켁켁 숨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람이 불어야 한다.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몸뚱어리를 따라
차갑게 식은 심장이 뎅뎅뎅 울어야 한다.

그러면 나는 "밤에는 모두 잠을 잡시다. 꼭 잠을 자야 합니다." 외치며 새벽에 멀뚱멀뚱 깨어서 이지랄을 않고 몸뚱어리 옆에 몸뚱어리를 두고 곤한 잠을 이룰 텐데.